생활학자 이야기[이엪지생활학자]혐오를 지우개, 이렇게 써봤어요!

오늘의행동
2024-01-06
조회수 263

안녕하세요 오늘의 행동 독자 여러분! 이엪지 에디터 올리브예요. 이엪지는 식습관이나 소비에 한정되지 않은 비거니즘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미디어입니다. 오늘은 오늘의 행동에서 만든 ‘혐오를 지우개’ 도구를 사용하면서, 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저는 이번 도구를 보자마자 모어데즈가 딱! 생각났어요. 모어데즈는 혐오문제를 다루고, 혐오문제에 관심있는 이들을 모으고 연결하는 브랜드예요. 혐오 없는 세상에서 모두의 일상이 더 눈부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모어데즈 운영자인 무수와 함께 도구를 쓰며 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

(*대담은 평어로 진행 및 작성되었습니다)



근데, 혐오가 뭐지?

올리브 : 혐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다들 어땠어? 사실 나는 어렵고 낯설었거든. 뉴스나 SNS에서 혐오 관련 콘텐츠를 보면 대부분 불쾌한 감정이 드는 기사나 가십거리들이 많잖아. 그래서인지 모어데즈를 알기 전까지는 혐오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게 들렸던 것 같아. 사실 지금도 아리송~하고. 무수랑 브랜디는?

무수 : 어렵다, 뾰족하다, 무겁다.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던 거 같아. 지금 생각은 혐오라는 단어도 그렇고 문제 자체가 너무 무겁거나 낯설게 느껴지니까, 이거를 좀 환기해서 다르고 쉽게 말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브랜디 : 나는 처음에 사회적인 맥락보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흔히 말하는 “극혐”이랑 비슷한 표현 정도? 그래서 ‘여성혐오’의 의미도 오해한 적이 있었지. 여성을 혐오한다는 게 여성을 싫어하는 건가? 이런 맥락으로 생각했거든. 개인적으로 무언갈 강하게 싫어하는 걸 표현할 때 혐오를 쓰다 보니까 혐오라는 단어를 그렇게 인식하게 된 것 같아.

무수 : 혐오라는 단어가 개인적으로도 쓸 수 있고 사회적 맥락에서도 쓸 수 있다 보니까 그런 오해가 있는 거 같아. 오용도 많이 되고.


*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소수자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혐오표현이란, 사람들이 가진 특징을 이유로 개인, 집단을 비하, 모욕, 멸시, 위협하는 행위이자 이들에 대한 편견을 확산시키며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


올리브 : 감정적으로 싫다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특징이나 정체성을 가지고 배제하거나 제외하려는 태도까지도 혐오인 거잖아. 나는 싫다는 감정보다 소외라는 감정을 더 많이 느껴봐서 그런지, 여기서 무릎을 탁 쳤어.


어디까지 혐오라고 볼 수 있을까?


브랜디 : 나는 비건을 하면서 어려웠던 게, 내가 차별이라고 느끼고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정말 많은데, 여기다가 혐오를 붙여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 거야. 혐오는 심각한 사회 문제고 다소 무거운 주제잖아. 내가 개인적으로 기분 나빴다고 해서 이거를 혐오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 혐오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무수 : 약자한테 가하는 게 혐오이기 때문에, 내가 약자이자 소수라고 생각할수록 사회에서 느꼈던 불편한 순간을 혐오와 연결 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만 나는 여성이고 비건이기도 한데, 여성으로서 혐오를 당할 때랑 비건으로서 혐오를 당할 때 그 두려움이나 공격성이 다르다고 느끼거든. 개인적으로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긴 해.

올리브 : 그런 점에서는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아직 발견해 내지 못한, 더 작은 혐오도 있지 않을까 싶네.

무수 : 관련해서 ‘먼지 차별’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가 숨 쉬듯이 느끼는 차별들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때 먼지 차별이라고 하거든. 우리 일상에 먼지 차별들이 많다…

올리브 : 무수도 먼지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어?

무수 : 그럼, 많지. 특히 집에서 제사 지낼 때 있잖아. 그때는 말이 아니라 어떤 분위기나 행동에서 느껴. 엄마나 작은엄마가 하는 노동을 내가 물려받고 있구나. 또 취업 준비할 때도 먼지 차별을 많이 느꼈어. 여자가 뽑히려면 남자보다 몇 배는 잘해야 해,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들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너무 다 차별적인 말이었던 거야.

올리브 : 나도 그런 말 들은 적 있어. “여자들은 일을 잘해”, 당시에 내가 어떤 일을 해냈을 때 들은 말이거든. 근데 나는 이 말이 칭찬 같다기보다는.. ‘여자들은 일을 못 하면 안 되는 걸까’ 이런 씁쓸한 생각이 들더라. 물론 상대방이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지만.

무수 : 나는 칭찬도 평가라 생각해서 쉬이 해서는 안 되는 거 같아. 그런 지점에서 올리브가 느낀 게 정확한 거지. ‘여자는~’, ‘남자는~’ 이런 말이 흔하게 쓰이지만 그건 그 사람이 그런 거지 모든 여자나 남자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정정할 때도 많아. 여자가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런 거라고. 말을 먼저 바꿔야 고정관념이나 왜곡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해.

올리브 : 근데 사실 나는 이런 표현이 더 어려운 거 같아.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혐오가 내재되어 있는 표현들. 웃는 얼굴에 침 뱉기 어려운 것처럼.. 대하기도 어렵고 알아채기도 어렵고.

무수 : 혐오가 안 좋은 말을 해서 혐오인 것도 있지만, 어떤 고정관념이나 왜곡된 상을 만드는 것도 혐오잖아. 그런 걸 봤을 때 좋든 나쁘든, 어떤 고정된 이미지를 사람의 정체성에 부여하려는 태도는 혐오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봐. 서로가 서로한테.

올리브 : 너무 좋다. 나는 사실 혐오라고 하면 안 좋은 말들만 생각났는데, 들어보니까 칭찬도 혐오가 될 수 있네!

무수 : 될 수 있지. 그렇게 연결될 수 있지.


우리가 발견한 혐오


올리브 : 브랜디는 또 생각나는 이야기 있어?

브랜디 : 지금 사회가 청소년을 엄청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사실 가장 많은 범죄를 일으키는 연령대는 40대라고 하더라고. 근데 ‘40대가 문제다’ 이런 말은 안 하잖아. 학생 인권이 너무 강해서 교권이 약한 거라는 둥, 촉법소년이 문제라는 둥 사실과 다른 자극적인 기사나 콘텐츠를 내보낸 미디어들이 한몫했지.

무수 : 나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싶은데, 혐오문제에 관심이 확장되려면 내가 혐오문제의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가해자라는 걸 같이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최근에 나는 중국 동포를 인터뷰했는데, 자료조사를 하면서 당사자의 글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어떻게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시지?’라는 생각. 한국인끼리는 그런 얘기 절대 물어보지 않잖아. 그런 의미에서 “한국말 잘하시네요”라든지, “한국인 다 됐다”라는 말은 혐오표현인 거야. “중국과 한국이 축구 시합하면 누구를 응원할 거냐” 이런 말도 마찬가지고. 인정과 동시에 구분을 짓는 말인 거지. 너는 여전히 이방인이야, 약간 이런 거.

올리브 : 그러고 보니까 여기 ‘대림동 위험하잖아’라는 말이 적혀 있네. 이것도 그런 이유로 적은 거야?

무수 : 맞아. 대림동이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어. 중국 동포가 많이 사는 곳인데 예전부터 영화화된 장면들 때문에 왜곡된 게 많아. 예를 들면 《청년 경찰》이라는 영화에서는 대림동을 딱 비치면서 여기는 불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분증 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위험하다. 이렇게 말하거든. 그런 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편견이 더 심해진 거 같아.


혐오표현에 맞받아치는 법


올리브 : 말하다 보니까 재미있다. 끝이 없을 거 같은데(웃음). 대항표현에 관해서도 얘기를 해보고 싶어. 사실 나는 대항표현이 좀 어렵달까, 당시에는 잘 못 느끼다가 집에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할걸! 싶은 순간이 많았거든. 그래서 대항표현을 좀 어렵게 느끼지 않고 그때그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무수는 어때?

무수 : 근데 대항표현이 혐오를 겪는 당사자가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 되게 힘든 일이잖아. 매번 긴장하고 경계해야 하고. 나는 당사자가 매번 대항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진 않아. 그보다는 당사자가 아니라도 그게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개인한테 대항표현으로 혐오표현을 없애자, 라고 말하는 건 다소 무책임하고 사실은 시스템이 필요한 거지.

올리브 : 생각해 보니 그렇네. 그러면 종이에 적었던 자기가 겪은 혐오표현에는 어떻게 반응하고 싶어?

무수 : (대림동 위험하잖아) 난 좀 부드럽게 얘기하고 싶다. ‘다 사람 사는 데야’라고 적어야겠어.

브랜디 : 나는 비건으로서 제일 일상적으로 느끼는 거는, 비빔밥을 시킬 때 계란 빼달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이 안 먹을 거면 자기 달라고 얘기한단 말이야. 나는 그 의도가 아닌데. 소비 안 하는 게 중요한 건데.

무수 : 맞아 맞아. 나를 배려하라는 게 아니라 폭력적인 것을 줄이자는 건데. 나를 배려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불편하지.

올리브 : ‘가능한 안 죽이고 싶은데’라고 적으면 어때?

브랜디 :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뒤에 ‘싶은뎅’이라고 적을래

올리브 : 우리가 적은 문장들이 정확히 대항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무수랑 브랜디랑 대화 나눈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 대항표현까진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맞받아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막 샘솟아!



“우리 자연사하자”


대담을 마치면서 무수와 브랜디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어요. 혐오를 마주하는 무수한 존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냐고요. 무수는 사랑한다는 말을, 브랜디는 여느 노래 가사처럼 ‘우리 자연사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대요.

“언어는 세계를 억압하기도 하지만, 세계를 변화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이자 언어 철학자 린 티렐의 말인데요. 저는 앞으로 일상에서 혐오표현을 마주할 때, 앞서 말한 무수와 브랜디의 말을 곱씹기로 결심했어요. 세상에는 나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말도 있지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다정한 말들이 훨씬 많다는 걸요.

혐오라는 건 꽤 어렵고 무거운 주제라, 혼자서 알아차리고 대항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혐오를 지우개> 도구는 더더욱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용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사람마다 겪거나 들은 혐오표현이 다르기에, 나눌수록 커지고 확장되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혐오표현을 알아차리고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배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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