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엪지 생활학자] 빗물받이에서 물살이의 길로

오늘의행동
2023-07-20
조회수 989


오늘의 행동 <물살이의 길> 키트, 이엪지는 이렇게 써봤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행동 독자 여러분! 이엪지 에디터 올리브, 브랜디예요. 이엪지는 식습관이나 소비에 한정되지 않은 비거니즘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미디어입니다. 오늘은 오늘의 행동에서 만든 <물살이의 길> 키트를 직접 써보며 느낀 점을 공유하려고 해요.


1.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

<물살이의 길>은 도로의 빗물받이가 재떨이가 아닌 물살이가 사는 강과 바다로 이어지는 출입구임을 알리기 위해 만든 키트예요. 그런데 물고기가 아니라 물살이라니, 조금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물살이는 말 그대로 ‘물에서 사는 존재’라는 뜻이에요. 동물권 활동가와 비건(채식주의자)을 중심으로, 물고기의 대체표현으로 쓰고 있는 말이죠. 집사람 대신 배우자,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특히나 물고기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물고기로 불린다는 점에서 꽤 기괴한데요. 살아있는 소를 가리킬 때, “저기 소가 있어!”라고 하지 “저기 소고기가 있어!”라고 하진 않잖아요. 물살이가 제 생명을 존중받고 착취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엪지는 앞으로도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면 해요. 그런 점에서 오늘의 행동 키트 이름이 물고기의 길이 아닌 ‘물살이의 길'이라는 점은 무척 인상 깊었답니다 🙂 



2. 좋은 점과 아쉬운 점

키트를 꺼내 이정표를 구경하며 느낀 좋은 점은, 우리가 잘 모를 법한 토종 동물이나 멸종위기의 물살이들을 알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상괭이부터 흰수마자, 묵납자루, 남생이까지. 비록 생소하지만 어딘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이들을 그리며 물살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이전 버전과 달리 ‘물살이의 길'이라는 이정표가 없어, 그림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설명이 될지 조금 의아했어요. ‘물살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낯설고 생소하지만, 여기저기 빗물받이 근처에 그려 놓으면 지나가다 그림을 발견한 사람들의 무의식에 물살이라는 단어가 자리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3. 더 이상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또 저희는 이 키트가 여름철에 나와서 무척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어요. 작년 여름에 폭우로 인한 홍수, 침수와 그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많았잖아요. 하천 범람과 산사태도 심각했고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포함해 쓰레기가 있으면 배수구가 막히게 되어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해요. 저희가 있었던 곳은 주택가라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강남역을 비롯해 침수 피해가 많았던 도심에서는 여전히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지고 있고요.

물살이의 길 이정표를 빗물받이 근처에서 그릴 때, 빗물받이 모니터링도 같이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쓰레기가 유독 많은 빗물받이를 발견하면 구청에 민원을 넣는 거예요. 물살이의 길을 그리며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활동도 병행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곳의 빗물받이를 관찰해 봤는데요. 어떤 곳은 쓰레기가 없지만, 덮개가 있어 침수 피해의 우려가 있어 보였어요.(👉 장마철 침수피해를 줄이는 빗물받이 지도제작 캠페인 동참하기 / 캠페인즈 )


4. 빗물받이에서 물살이의 길로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자는 의미로 만든 도구이기도 하지만, 저는 처음 키트를 봤을 때 ‘물살이의 길'이라는 이름이 마음 깊이 남았어요. 사실 저는 빗물받이에 들어가는 물이 하수도가 아니라 하천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든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하천을 타고, 강을 따라 바다로 간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도시에 살고 자라다 보면 물보다는 땅을, 물살이보다 인간을 더 많이 보기 쉽죠. 실제로 전기를 비롯해 물과 채소, 고기까지 하나하나 단절되고 분업화되어 우리 식탁과 가정에 연결돼요. 마트 가판대에 놓인 빨간 살점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지만, 그 살점들이 진열되기까지의 과정은 곧잘 잊히는 것처럼요. 어쩌면 도시에서 사는 건 원래는 내가 했어야 했던 일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외주화함으로써 손쉽게 지워지고 나아가 죄책감마저 망각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예요. 동물을 착취하는 제품을 사지 않고,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하며 종차별에 저항하는 것. 도시에 사는 비건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에게 있어서 비건을 지향하는 일은 단지 채식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불편과 갈등을 인지하고, 대안책을 함께 찾는 태도까지 포함해요. 오늘의 행동 키트로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

우리가 빗물받이 근처에 그린 그림이 물살이를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까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데요. 직접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조금이라도 궁금해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엪지는 이렇게 했어요"  🥦 이엪지의 행동도구 설명서 

비거니즘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미디어 이엪지와 협력하여 만든 콘텐츠입니다. 이엪지의 에디터 올리브와 브랜디가 당분간 오늘의행동 생활학자🏃🏼‍♀️🏃🏼‍♂️가 되어 매 달 한 차례 오늘의행동 [행동을 돕는 도구]를 이엪지의 시각으로 사용해보고 그 경험과 생각을 오늘의행동 구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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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변화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생활학자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더 나은 삶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행동을 조사, 연구하고 제안하는 파트너입니다. [생활 속 사회적 행동]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각자가 생활하는 공간, 일하는 공간에서 생겨나는 생생한 이야기와 경험을 수집하여 사회적 행동을 제안하게 됩니다 생활학자의 행동제안은 오늘의행동에 소개되어 제안에 공감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행동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행동모임의 파트너가 되어 행동 실천에 필요한 도구 만들기, 행동제안 주제와 관련된 워크샵 등 관심사가 비슷한 이웃과 만나는 모임을 열 수 있습니다.

[생활 속 사회적행동]은 우리의 더 나은 삶과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상 속의 작은 행동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조깅을 하면서 함께 쓰레기를 주워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보면 어떨까요?’ ‘불필요한 전등을 빼 놓는 [한등빼기운동]을 제안합니다.’ 와 같은 행동이예요.

오늘의행동 [생활학자]는 학력,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경력에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동네 편의점 사장님까지 공동체 내에서 함께 숨쉬고 생활하는 분 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