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행동의 오늘의소식

오늘의행동
20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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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을 하다보면
내 경험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난 회식이 그렇게 싫어요^^: 술을 못 먹어서 그런가요.. 일 얘기 말곤 일상얘기를 나누는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 다닐때 사람들이 제가 회식자리에 한번도 참석 안한 줄 알지만
아니에요. 전 밥은 꼭 먹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몰래..

우리는 참 먹는 걸 좋아합니다. 일하러 가기 전엔 든든히 먹어야 하고 일 끝나면 수고했다고 먹고, 더 잘하자고 먹습니다. 수고했다고 먹고, 수고하라고 먹습니다. 그래서 일의 절반은 밥인 것 같아요. 부모님께 전화하면 꼭 ‘밥 먹고 일해라’라고 하거든요.

전 힘들게 일한 날 퇴근 길에 꼭 김치째개가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다들 그럴꺼라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노동이든, 일이든. 2024년 1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캠페인 기획을 맡았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노동과 일의 간극은 깊습니다. 하지만 일하고 먹는 음식은 그 간극을 쉽게 매꿔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평택항 부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의 어머니는 사고당일 선호씨가 좋아하는 시금치 나물을 무쳐 놓고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용균씨가 가장 좋아했던 어머니의 음식은 갈비찜입니다. 김용균씨의 1주기 추도식에서 어머니는 정성스레 준비한 갈비찜을 참가자들과 나눠먹었습니다.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서 202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전국학습지노조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장이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집에서 한 김치찌개, 된장찌개 였습니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426일을 보낸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은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떡볶이와 피자, 햄버거가 유독 먹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전태일은 자신의 점심을 굶으며 일하는 어린 노동자에게 주고 밤 새워 걸어 다니며 아낀 차비로 그들에게 풀빵을 사주었습니다. 전태일이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한 말은 배고프다였습니다.

배고픈 그들이 먹고 싶어했던 평범한 음식처럼 그들이 그토록 바랬던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죽지도 다치지도 않고 안전하게 일을 마치고 퇴근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혹은 혼자서라도 편하게 먹는 맛있는 저녁식사가 주는 위로와 충만함을 원했던 우리 주변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저녁밥이 전태일의료센터가 회복시키고 싶은 핵심 가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저없이 ‘먹고사는일’이라는 기획을 했고요. 처음엔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한 책을 ‘레시피 북’으로 내보고 싶었습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레시피북을 선물하고, 그 레시피북으로 음식을 해먹으면 그만한 공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저흰 라이베리아에서 온 난민분이 고국에서 먹었던 음식을 소재로 하여 레시피북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서사를 바탕으로 언제 이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것이 떠오르는지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난민에 대해 조금 다르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음식엔 국경도, 종교도 없으니까요.

이처럼 음식이라는 소재는 산재와 고공농성으로 다친 노동자들을 ‘사건사고’가 아닌 우리의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전태일의료센터가 회복하길 바라는 것도 다친 몸 뿐 아니라 이들을 대하는 공동체성이기도 할테니까요.

생업책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책에 담을 수도, 원하지도, 어디에도 담기지는 않겠지만
초기 기획(사실 기획자로 한 일은 없어요. 담당 기자님과 작가님이 알아서 다 해버리셨거든요.그러니 사실 초기 기획은 의미가 없기도 하지만)에 대한 나름의 회고 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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