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의행동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종종 너무 무겁고 비장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거창한 선언문, 결연한 표정, 피 끓는 투쟁... 물론 그런 치열함이 세상을 밀고 나가는 힘이 될 때도 있죠. 하지만 오늘 들려드릴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ław)의 이야기는, 그 비장함의 틀을 와장창 깨버리는 통쾌하고 유쾌한 반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로츠와프 시내를 걷다 보면 발밑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청동 조각상들을 만나게 됩니다. 창문에서 케이크를 훔쳐 먹는 도둑 난쟁이부터, ATM 기기에서 돈을 뽑는 난쟁이, 스타벅스 앞에서 노트북을 켜고 있는 힙스터 난쟁이까지. 현재 이 도시에 숨어 있는 난쟁이는 무려 1,000개가 넘는다고 해요. 관광객들은 지도를 들고 난쟁이들과 즐거운 숨바꼭질을 하죠.

그런데 이 귀엽고 엉뚱한 난쟁이들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면, 재밌는 혁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1980년대 폴란드는 엄혹한 공산주의 체제 아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체제에 저항하는 낙서를 벽에 쓰면, 당국은 곧바로 페인트를 덧칠해 글씨를 지워버렸죠. 그때 브로츠와프 대학교 학생이었던 발데마르 피드리흐(Waldemar Fydrych)와 그가 이끄는 ‘오렌지 얼터너티브(Orange Alternative)’라는 모임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경찰이 하얗게 덧칠해 놓은 페인트 자국 위에, 빨간 모자를 쓴 우스꽝스러운 난쟁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억압을 비장하게 규탄하는 대신, 당국의 검열 자체를 한 편의 코미디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경찰은 난감해졌습니다. "난쟁이를 그렸다는 이유"로 사람을 체포하자니 체제의 옹졸함만 들통나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거리가 온통 불온한(?) 난쟁이 천지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 유쾌한 반란은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1988년 6월에는 무려 1만 명의 시민이 주황색 난쟁이 모자를 쓰고 거리로 나와 "난쟁이 없는 자유는 없다!"라고 외치며 행진을 벌였습니다. 권력의 억압을 ‘놀이’와 ‘웃음’으로 무력화시킨 이 작지만 거대한 움직임은 결국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꼭 무겁고 진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한바탕 웃음과 엉뚱한 상상력이 그 어떤 무기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니까요. 브로츠와프의 유쾌한 난쟁이들은 이제 관광객을 모으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사진출처 : https://fee.org
브로츠와프의 유쾌한 난쟁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오늘 우리의 팍팍한 일상에도 작은 균열을 낼 수 있는 세 가지 행동을 제안합니다.
1. [질문하는 행동] '불만'을 '농담'으로 비틀어보기
우리는 부조리한 일이나 불만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면 대개 화를 내거나 비장하게 따져 묻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이 상황을 피식 웃음이 나는 농담이나 아주 우스꽝스러운 핑계로 비틀어보면 어떨까?"
정면충돌 대신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비틀어버리는 질문이, 의외로 팽팽한 긴장을 푸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2. [관계중심의 행동] 일상 속에 나만의 '난쟁이' 숨겨두기
오렌지 얼터너티브의 난쟁이가 사람들에게 연대의 상징이 되었듯, 우리도 이웃이나 동료들과 작고 은밀한 '시그널'을 공유해 보면 어떨까요?
직장 동료의 책상 서랍 속에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티자"는 쪽지와 함께 작은 초콜릿 하나를 몰래 숨겨두는 겁니다. 혹은 가족이 자주 보는 냉장고 문 안쪽에 작고 웃긴 스티커를 매일 조금씩 위치를 바꿔가며 붙여두는 것도 좋죠. 누가 했는지 모를 이 귀여운 장난 하나가, 쳇바퀴 같은 일상에 작은 숨구멍을 틔워주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끈끈한 감각을 만들어 줍니다.
3. [생활 속 행동] 시선을 무릎 아래로 내려보기
관광객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 높이의 난쟁이를 찾듯, 오늘 하루는 내 시선이 닿지 않던 낮은 곳을 의식적으로 살펴보세요.
항상 앞만 보고 걷던 출근길에 보도블록 틈새에 핀 잡초의 이름을 한 번 찾아보고, 아파트 화단 구석에 길고양이가 쉬어가는 자리가 어딘지 눈여겨보는 겁니다. 크고 화려한 간판 대신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시선을 내어주는 행동. 그것이 바로 브로츠와프 시민들이 발밑의 난쟁이들을 자신들의 일상으로 끌어들인 것처럼, 우리가 사는 동네를 더 깊고 다정하게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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