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의행동

돌보다대화를 하며 느리게 계산을 하는 오늘의행동

오늘의행동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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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셰필드의 메도우홀(Meadowhall) 쇼핑센터에는 느리게 걷는 손님을 위한 길과 빨리 걷는 손님을 위한 Fast(or slow) Lane이 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에는 천천히 가고 싶은 손님을 위한 ‘거북이 택시’ (Turtle taxi)도 있죠. 

영국에는 다이렉트 레인( Direct Lane * 물론 보험사에서 만든 캠페인 길이긴 합니다)이 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의 출근 발걸음은 무겁지만 속도는 반대입니다. 평소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출근을 재촉합니다. 직장이 몰린 도심에서는 지하철 입구부터 사람들로 부쩍입니다.  

Direct Lane 은 바쁜 출근길에 다른 보행자에 가로막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거침없이 회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빠른 길입니다.  대신 평균 보행 속도보다 2배 속도를  권장했다고 합니다. 


기다림이 쉽지 않은 곳 중에 하나가 마트의 계산대입니다.  앞 사람의 쇼핑목록을 재빠르게 훑어본 후 가장 적게 구입한 사람 뒤에 줄을 서지만 늘 자신이 선 줄이 가장 느려보입니다. 마치 1분 1초가 아까운 사람처럼 앞 사람의 모든 행동과 계산원의 손동작까지 살피게 됩니다. 



느리게 계산을 하고 싶은 손님을 위한 잡담 계산대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   「JUMBO」에는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마트 계산대와 정반대의 계산대가 있습니다.  느리게 계산을 하고 싶은 손님을 위한 계산대의 이름은 「Kletskassa」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잡담 장소」 라는 의미입니다. 

속도와 편리함을 강조하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면서 잡담을 나눈다고?  슈퍼마켓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입니다.  「JUMBO」는 슈퍼마켓이 사람들 사이의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인식하였습니다.

그래서 「Kletskassa」로 계산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오늘 기분이 어떤지, 어떤 요리를 하려고 어떤 재료들을 샀는지 등, 말을 건내고 안부를 묻습니다.   「JUMBO」가 서두르지 않고 일부러 현금을 이용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느리게 계산을 하는 비효율적인 계산대를 만든 진짜 이유는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말들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는, 특히 노인세대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일하는 사람도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구매자과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동등한 사회적 관계 구조를 만들어나갑니다. 이익과 효율이 아닌 서로를 사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단지 계산대에만 이런  「Kletskassa」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장 곳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장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상점을 방문해 계산대에 설 때 뒤에 다른 손님이 있으면 은근히 계산을 서두르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서둘러 계산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노약자,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느린 계산대, 대화를 나누는 계산대는 빨리 계산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계산을 하는 짧은 순간에 나누는 평범한 대화에 불과하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그날 처음으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 첫 대화이자 그날의 마지막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20대 10명중 6명은 고독감을 느끼고, 하루 중 타인과 교류 시간은 1시간 14분에 불과합니다. 1인가구가 보편화되는 요즘 사회적 연결망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 고독사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운 것만큼 건강에 해롭고, 의료비 증가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때문에 외로움을 더 이상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위험으로 보고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기다리는 시간을 쓸데없는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헛된 시간을 줄여 다른 것에 쓰는 것을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배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사회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고립감을 없애는 것은 이런 낭비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인사를 나누고 주변사람들과 일상을 교환하는 모든 것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쓰는 헛된 시간들이 실은 가장 알찬 시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화를 나누며 느리게 계산을 하는 오늘의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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