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하루, 편의점에 몇 번이나 들르셨나요? 아마 특별한 일이 없어도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무심코 한 번쯤은 문을 열고 들어가셨을 겁니다. 그만큼 편의점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만만한 공간이죠.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만큼, 흥미로운 사회적 시도들이 자주 벌어지곤 하거든요. 최근 제 마음을 툭 건드린 건, 마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했던 대만 세븐일레븐의 두 가지 뭉클한 실험이었습니다.
하나는 유통기한이 8시간 남은 신선식품에 자동으로 35% 할인 바코드가 찍힌 스티커가 붙는 '아이 젠시(i珍食, i-Love Food)' 프로젝트입니다. 사람들에게 환경을 위해 희생하라고 가르치는 대신, "퇴근길에 싼값으로 맛있는 저녁을 득템하세요"라는 직관적인 인센티브를 던진 거죠. 사람들의 손실회피 본능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줄인, 행동경제학의 정석 같은 행동입니다. (대만의 패밀리마트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네요)
다른 하나는 더 뭉클합니다. 치매 어르신들이 특정 시간대에 편의점 점원이 되어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리는 '몇 시인가요 카페(幾點了咖啡館)' 프로젝트예요. '빠르고 정확하게'가 생명인 편의점에서, 사람들은 치매 어르신들의 느리고 서툰 동작을 불평 없이 묵묵히 기다려줍니다. 치매 환자를 병원이나 시설에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매일 오가는 편의점의 다정한 '이웃'으로 다시 프레이밍(Reframing)한 겁니다.
여기에 더해 페트병이나 폐건전지를 가져오면 쇼핑 포인트로 바꿔주고 남은 잔돈은 계산대에서 터치 한 번으로 기부하게 만든 '자원순환 및 기부 시스템'까지 갖추웠다고 하니 약간 부러워집니다.
촘촘한 편의점의 상상력을 빌려, 우리들의 팍팍한 일상에서도 당장 은근슬쩍 해볼 수 있는 세 가지 서툰 행동을 제안해 봅니다.

1. [질문하는 행동] '새것'과 '당연한 것'에 대한 나의 기본값 의심하기
우리는 마트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진열대 가장 안쪽의 유통기한이 긴 우유를 꺼내고, 식당에 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고기반찬을 찾습니다. 오늘 하루, 진열대나 메뉴판 앞에서 내 손을 멈추고 아주 조용히 물어보세요.
"내가 당장 오늘 저녁에 먹을 건데 굳이 완벽한 새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꼭 매끼 고기가 있어야만 든든한 걸까?"
조금 흠집 난 과일이나 할인 딱지가 붙은 식품을 고르는 융통성, 일주일에 한 번쯤은 가벼운 채식을 선택해 보는 일. 이 투박한 질문 하나가 대만 편의점의 '아이 젠시'나 '천소지소' 매대처럼, 버려질 음식에 쓸모를 찾아주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훌륭한 일상 속 넛지가 됩니다.
2. [관계중심의 행동] 타인의 '느림'과 '서툼'에 기꺼이 자리 내어주기
치매 어르신이 내리는 편의점 커피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건, 거창한 선행이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소극적인 다정함입니다.
식당의 초보 알바생, 무인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 어르신, 내 앞에서 느리게 걷는 이웃을 마주쳤을 때 한숨을 쉬거나 재촉하는 대신 속으로 딱 3초만 천천히 세어보세요. 그리고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라고 툭 던져보는 겁니다. 효율과 속도만 따지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의 서툼을 너그럽게 품어주는 이 조용한 기다림이,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구원할지도 모릅니다.
3. [생활 속 행동] 일상의 작은 '순환' 고리에 슬쩍 탑승하기
플라스틱 컵을 반납하고, 건전지를 포인트로 바꾸는 대만의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었던 건, 약간의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해 준 동네 사람들의 참여 덕분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분명 이런 작고 엉뚱한 순환의 고리들이 숨어있을 겁니다.
오늘 단골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챙겨가 할인을 받아보거나, 주민센터에 다 쓴 건전지나 우유 팩을 모아 가져가 휴지로 바꿔보세요. 배달 앱에서 '일회용 수저 안 주셔도 돼요' 버튼을 한 번 더 눌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세상이 더 다정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기꺼이 그 투박한 실험에 동참하는 '다정한 실험쥐'가 되어보는 겁니다.
완벽한 시스템이나 훌륭한 제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다리기엔, 당장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이웃의 하루가 너무 고단하니까요. 우리가 매일 오가는 골목 어귀와 동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배려들이 결국 세상을 아주 조금씩은 살만하게 데워준다고 저는 여전히 믿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711open
오늘 하루, 편의점에 몇 번이나 들르셨나요? 아마 특별한 일이 없어도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무심코 한 번쯤은 문을 열고 들어가셨을 겁니다. 그만큼 편의점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만만한 공간이죠.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만큼, 흥미로운 사회적 시도들이 자주 벌어지곤 하거든요. 최근 제 마음을 툭 건드린 건, 마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했던 대만 세븐일레븐의 두 가지 뭉클한 실험이었습니다.
하나는 유통기한이 8시간 남은 신선식품에 자동으로 35% 할인 바코드가 찍힌 스티커가 붙는 '아이 젠시(i珍食, i-Love Food)' 프로젝트입니다. 사람들에게 환경을 위해 희생하라고 가르치는 대신, "퇴근길에 싼값으로 맛있는 저녁을 득템하세요"라는 직관적인 인센티브를 던진 거죠. 사람들의 손실회피 본능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줄인, 행동경제학의 정석 같은 행동입니다. (대만의 패밀리마트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네요)
다른 하나는 더 뭉클합니다. 치매 어르신들이 특정 시간대에 편의점 점원이 되어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리는 '몇 시인가요 카페(幾點了咖啡館)' 프로젝트예요. '빠르고 정확하게'가 생명인 편의점에서, 사람들은 치매 어르신들의 느리고 서툰 동작을 불평 없이 묵묵히 기다려줍니다. 치매 환자를 병원이나 시설에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매일 오가는 편의점의 다정한 '이웃'으로 다시 프레이밍(Reframing)한 겁니다.
여기에 더해 페트병이나 폐건전지를 가져오면 쇼핑 포인트로 바꿔주고 남은 잔돈은 계산대에서 터치 한 번으로 기부하게 만든 '자원순환 및 기부 시스템'까지 갖추웠다고 하니 약간 부러워집니다.
촘촘한 편의점의 상상력을 빌려, 우리들의 팍팍한 일상에서도 당장 은근슬쩍 해볼 수 있는 세 가지 서툰 행동을 제안해 봅니다.
1. [질문하는 행동] '새것'과 '당연한 것'에 대한 나의 기본값 의심하기
우리는 마트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진열대 가장 안쪽의 유통기한이 긴 우유를 꺼내고, 식당에 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고기반찬을 찾습니다. 오늘 하루, 진열대나 메뉴판 앞에서 내 손을 멈추고 아주 조용히 물어보세요.
"내가 당장 오늘 저녁에 먹을 건데 굳이 완벽한 새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꼭 매끼 고기가 있어야만 든든한 걸까?"
조금 흠집 난 과일이나 할인 딱지가 붙은 식품을 고르는 융통성, 일주일에 한 번쯤은 가벼운 채식을 선택해 보는 일. 이 투박한 질문 하나가 대만 편의점의 '아이 젠시'나 '천소지소' 매대처럼, 버려질 음식에 쓸모를 찾아주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훌륭한 일상 속 넛지가 됩니다.
2. [관계중심의 행동] 타인의 '느림'과 '서툼'에 기꺼이 자리 내어주기
치매 어르신이 내리는 편의점 커피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건, 거창한 선행이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소극적인 다정함입니다.
식당의 초보 알바생, 무인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 어르신, 내 앞에서 느리게 걷는 이웃을 마주쳤을 때 한숨을 쉬거나 재촉하는 대신 속으로 딱 3초만 천천히 세어보세요. 그리고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라고 툭 던져보는 겁니다. 효율과 속도만 따지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의 서툼을 너그럽게 품어주는 이 조용한 기다림이,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구원할지도 모릅니다.
3. [생활 속 행동] 일상의 작은 '순환' 고리에 슬쩍 탑승하기
플라스틱 컵을 반납하고, 건전지를 포인트로 바꾸는 대만의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었던 건, 약간의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해 준 동네 사람들의 참여 덕분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분명 이런 작고 엉뚱한 순환의 고리들이 숨어있을 겁니다.
오늘 단골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챙겨가 할인을 받아보거나, 주민센터에 다 쓴 건전지나 우유 팩을 모아 가져가 휴지로 바꿔보세요. 배달 앱에서 '일회용 수저 안 주셔도 돼요' 버튼을 한 번 더 눌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세상이 더 다정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기꺼이 그 투박한 실험에 동참하는 '다정한 실험쥐'가 되어보는 겁니다.
완벽한 시스템이나 훌륭한 제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다리기엔, 당장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이웃의 하루가 너무 고단하니까요. 우리가 매일 오가는 골목 어귀와 동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배려들이 결국 세상을 아주 조금씩은 살만하게 데워준다고 저는 여전히 믿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711open